오늘은 제가 평소에 소마틱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을 말해보려고 합니다. 소마틱스를 좋아하는 이유쯤 되겠네요.
소마틱스는 하나의 학문 영역입니다. 이 영역 안에 다양한 테크닉이 존재하죠. 이를 소마테크닉(somatic techniques)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물리학이라는 학문 영역 안에는 광학, 전자기학, 열역학, 유체역학, 우주공학, 초전도체 물리학, 인공지능공학 등이 존재합니다.
물리학은 워낙 학문 범위가 넓기 때문에 다른 학문과 겹치기도 합니다. 생체역학이나 의공학은 생명공학과 의학이 물리학과 만나서 탄생한 융합 학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구공학은 도대체 어떤 학문일까요? 딱 떨어지게 어디서 어디까지 물리학 영역인지 정의하기 애매모호합니다. 지구의 물과 대기 성분을 연구하면 화학, 생명체를 연구하면 생물학, 암석이나 흙에 대해 연구하면 지질학, 지구가 태양 주위를 움직이는 현상을 연구하면 물리학, 지구의 역사를 연구하면 역사학이자 인류학이며 진화생물학이기도 하겠네요. 제가 진화생물학이라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소마틱스는 용어가 만들어진 지 겨우 47년 밖에 안 됐습니다(1976년에 토마스 한나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 그렇기 때문에 소마틱스 용어가 만들어지기 전, 창시자가 겪던 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알렉산더 테크닉이나 펠든크라이스 요법 또는 심상운동학 등을 정말 "소마틱스라는 학문 범주 안에 넣을 것인가, 아니면 넣을 수는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펠든크라이스는 그냥 펠든크라이스일 뿐이야, 소마틱스라니, 그게 뭔 소리냐?" "알렉산더 테크닉은 소마틱스가 아닙니다. 자기 활용법일 뿐이죠! 어쩌면 서양식 명상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바디마인드센터링은 명상이기도 하고 챠크라 수련이기도 하며 인체의 모든 시스템을 활용하는 종합 학문이자 철학입니다. 소마틱스로 단순하게 정의 내리기엔 너무 광범위하죠."
이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 많이 봤습니다. 이해합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기법,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단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테크닉과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기독교가 옳으니 불교는 틀렸고, 불교가 맞으니 유교는 틀렸고, 종교가 옳으니 과학은 틀렸고, 과학은 옳으니 명상은 틀렸다는 인간. 요가가 옳으니 단전호흡은 틀렸으며, 신을 믿으니 무신론자는 틀렸고, 진화론보다는 창조론이 낫다고 여기는 편협한 사고가 아니라면 괜찮다고 봅니다. 모두가 장단점이 있으니,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적당히 무시하면 됩니다. 여기의 단점이 때론 저기의 장점이 되기도 하니까요.
소마틱스를 단지 "인지를 활용해 고유수용감각을 깨워 소마를 건강하게 하는 학문" 정도로 협소하게 정의할 것이냐, "몸학이자 인간학"이라고 광범위하게 정의할 것이냐는, 상황에 따라, 주장하는 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소마틱스 영역 안에 묶을 수 있는(묶고 싶은) 모든 분야를 "소마테크닉"으로 봅니다. 그러니 제 정의 안에서 펠든크라이스 요법, 알렉산더테크닉, 바디마인드센터링, 소마학습, 코어인지, 근육재훈련요법, 타말파, 소마경헙, 경험해부학 등은 소마테크닉입니다. 그리고 [청소년을 위한 소마틱스]를 쓴 수잔 바우어도 같은 정의를 내립니다. 해당 책을 참조하세요.
각각의 소마테크닉 안에는 다시 그 테크닉의 근간을 이루는 원리, 컨셉, 방법 등이 존재할 겁니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했듯 각각의 테크닉이 다른 학문에 다리를 걸치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제가 볼 때 바디마인드센터링이라는 소마테크닉은 소마틱스이기도 하지만 발달학이기도 하고 작업치료이기도 하면서 요가이기도 합니다. 때론 심리학이기도 하더군요. [바디마이드센터링 입문]이라는 책을 번역해 출간해 놨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쭉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몇 페이지 읽지 않아 금방 깨닫게 될 겁니다.
저는 어쨌든 소마틱스를 "소마에 대한 학문" 정도로 조금 성기게 정의하는 편입니다. "소마"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따라 그 영역을 넓힐 수도, 좁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누구일까?"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20세 이후로 제 삶의 주제는 변함없이 "인간"과 "나 자신"입니다. 내가 누구이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는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마틱스는 하나의 즐거운 도구이기도 하죠.
그런데 가끔 저를 이리저리 교묘하게 공격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온라인 세상이다보니 연결된 네트워크를 타고 그런 말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전 특정 소마테크닉을 신봉하지 않습니다. 특정 소마테크닉 단체와 아무런 연관 관계도 없습니다. 그냥 소마틱스가 좋아서 공부하고 탐구하고, 이 좋은 것을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길 바라며 책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조만간 제 생각을 담은 책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열린 마음을 지니신 분들이 대체로 많지만, 어느 분야든 진상은 있으니 이건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공부할 게 너무 많아 일일이 신경 쓰기도 귀찮습니다.
소마틱스는 정말 매력적인 학문입니다. 물리학 안에 다양한 학문이 존재하고, 또 다른 학문과 융합할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하듯, 소마틱스 공부도 깊어지면서 해부학, 생리학 같은 기초 의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 진화생물학, 발달학, 운동학, 명상, 등으로 관심이 뻗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현재 그러고 있구요. 소마틱스 하다가 12000만 년 전 이족직립보행을 했던 인류의 조상 화석 발굴과 관련된 아티클을 읽거나, 어머니 뱃속에서 아이가 어떤 과정을 거쳐 발달을 하고 태어난 후 몇 단계의 발달 과정을 거쳐, 어떤 움직임 패턴을 발전시키는지 탐구하게 될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요즘은 뇌과학, 진화생리학, 진화심리학 관련 책들을 넘기다, 결국 온라인 세상에서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클루지(KLUGE)](인간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동물이 아니라는 진화생리학 관련 책이자 마음 사용법)라는 제목의 책까지 읽고 있는 나를 볼 때, "참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부의 흐름이 재밌네" 하며 감탄하곤 합니다. [클루지] 덕문에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전자책, 챗GPT까지 공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SNS 능력이 점점 발달해 자동화 수익을 얻는 그날이 오면 소마틱스 창시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글을 남길 예정입니다.
소마틱스는 인간의 인지를 계발시킬 수 있는 모든 학문과 융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 소마틱스를 단지 소마테크닉 영역 안의 단일한 테크닉, 단일한 집단의 논리로 접근하는 방식은 매력 없어 보입니다. 저는 모든 소마테크닉 밑에 있는 원리, 즉 인지를 깨우는 원리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리학의 핵심이 물리학 원리이듯 말이죠. 움직임 원리, 인지 원리, 그리고 나의 마음의 힘을 활용하는 원리가 중요합니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 아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니까 말이죠.
펠든크라이스 요법, 알렉산더 테크닉, 바디마이드센터링, 심상운동학, 경험해부학 등등, 단일 소마테크닉의 밑에 흐르는 원리는 인류의 자산입니다. 인류의 집단지성이 오랜 시간에 걸쳐 개발한 공통의 자산이죠. 제가 소마틱스를 OS(Operating System, 운영체계)에 비유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말이 좀 길어졌네요. 요약하자면, 소마틱스를 통해 제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내 마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인지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원리"라는 것. 특정 소마테크닉 단체나 개인 또한 제가 번역해 출간한 책들을 통해,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함께 공유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경계 안에 머물지 마시고 자유로워지시길 빕니다. 도구는 도구일 뿐이죠. 소마틱스 또한 도구일 뿐입니다.